안양시 땅 두고 분쟁…가족들에게 고발당해
과거 사문서위조+사기 전과도 있어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김명주 기자] “어머니가 믿고 아끼는 막냇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생 때문에 집안 전체가 망했습니다. 다른 것보다 인과응보를 원해요. 김 씨가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랍니다.”
19일 <더팩트> 취재 결과 배우 이지아의 친아버지이자 친일파로 분류된 고(故) 김순흥 씨의 아들 김 씨가 형제들과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들 7명과 딸 5명인 12남매의 막내인 김 씨가 형·누나의 인감을 사용해 위임장을 위조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사건과는 별개로 김 씨는 실제로 사문서위조로 벌금형을 받았으며 사문서위조와 사기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것도 확인됐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은 지난 7일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고발당한 김 씨를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앞서 사건을 수사한 안양만안경찰서는 지난달 24일 김 씨를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씨를 고발한 A 씨 등 가족들은 검찰의 처분을 공소시효가 임박해 난 결정으로 보고 현재 법원에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이에 지난 13일 <더팩트> 취재진은 보다 자세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김 씨를 고발한 당사자이자 그의 조카인 A 씨를 직접 만났다. 그는 그동안 직접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모은 증빙서류와 함께 오랜 시간 품어온 이야기를 꺼냈다. 해당 서류만 한 무더기였다. 이토록 치열하게 사건을 좇는 이유를 묻자 A 씨와 가족들은 “김 씨 때문에 빚더미에 앉고 재산을 압류당한 형제들도 있다. 땅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내지도 못하는 세금 몇천만 원이 생겼다”고 억울한 심경을 털어놨다.
김 씨와 가족들의 갈등은 故 김순흥 씨가 남긴 350억 원 상당의 대규모 토지의 환매에서 비롯됐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일대의 해당 토지는 당초 군 부지로 수용됐다. 그러나 2013년 부지를 사용하던 군부대가 안산으로 이전하게 되며 국방부는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법 제20조에 따라 피징발자였던 김순흥의 법정상속인인 자녀들에게 우선 환매권을 부여했다.
이후 김순흥의 자녀들은 토지 소유권 등을 이전해 개발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형제들은 알지 못하는 업체와 169억 원 규모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계약서가 작성됐다. 문제는 해당 계약서에 ‘토지주 대표 및 위임인’으로 김 씨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김순흥의 장남(현재 사망해서 확인이 불가함)을 제외한 다른 형제자매들은 토지주 대표로 김 씨를 위임한 적이 없으며 2019년 5월 토지에 경매 신청이 들어온 뒤에야 이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2020년 11월 상속인들은 김 씨가 토지주 대표로서 권한이 없다며 근저당설정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게 소송이 한창 진행되던 중인 2021년 3월, 피고 측이 뒤늦게 제출한 서류를 통해 ‘토지주들이 김 씨를 토지주 대표로 위임한다’는 내용이 담긴 위임장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가족들로서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A 씨는 “김 씨가 토지를 환매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가족들로부터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받아 간 적이 있다. 이를 사용해 위임장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이에 가족들은 김 씨를 고소하기로 했다. 김 씨의 친누이이자 A 씨의 친모인 B 씨는 2022년 3월 김 씨를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안양만안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불송치 결정이 났고 A 씨는 2023년 11월 같은 혐의로 김 씨를 고발했으나 2024년 5월 다시 불송치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불송치 결정에 의문을 품은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수사를 다시 진행한 경찰은 지난달 24일 김 씨의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검찰은 지난 7일 김 씨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번 처분에 관해 A 씨는 “사건의 공소시효가 2025년 2월 12일이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수사에 부담을 느낀 검찰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계속해서 수사가 늦춰진 것이 문제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계속해서 공방을 이어갈 의지를 드러냈다.
문제는 김 씨가 해당 사건 이전에도 사문서위조로 여러 차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더팩트>는 취재 과정에서 김 씨가 A 씨와 B 씨를 상대로 사문서위조 등을 저질러 실제 처벌받은 이력을 확인했다.
김 씨는 2019년 10월 B 씨가 특정 법무법인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한다는 서류를 작성했다. B 씨는 자신의 도장이 찍힌 소송위임장의 존재를 2021년 10월 파악했고 해당 법무법인을 찾아 자신의 사인이 위조된 사건위임약정서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법무법인의 변호사가 김 씨와 지인이었다. 김 씨가 통화에서는 모 업체가 사인을 했다고 했으나 경찰 조사를 통해 이는 거짓말이고 김 씨가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씨는 2021년 6월 A 씨의 이름과 서명을 위조해 A 씨가 소유한 땅의 참나무 등 20그루를 벌채한다는 내용의 민원을 신청했다. 당시 해당 민원을 신청한 적 없는 A 씨는 안양시청의 연락을 받고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A 씨는 “때마침 김 씨가 내게 연락해 ‘모 업체가 사인을 도용해서 민원 신청을 했다’, ‘소나무를 팔면 너도 좋지’ 등의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당시 서명된 이름은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쓰던 이름으로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가족을 포함해 몇 명 안 됐다”고 의심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A 씨는 2022년 7월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김 씨를 고소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2022년 11월 1일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를 인정해 김 씨에게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반면 김 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는 <더팩트>에 위임장 위조와 관련해 “적법한 절차로 받은 인감도장과 증명서를 사용해 위임을 받은 게 맞다”며 “조사까지 다 받은 결과인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또한 친누이와 조카의 명의를 도용해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에 관해서는 “누나가 내게 시켜서 진행한 것이다. 벌채 또한 내게 득이 될 게 없는데 뭐 하러 그러겠나”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11년 한 매체는 정대철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의 인터뷰를 통해 이지아의 집안이 육영사업을 하던 재력가이며 명문가라고 보도한 바 있다. 기사에는 조부로 인해 이지아의 부친부터 이지아까지 뼈대 있는 가정환경 속에서 바르게 자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로 인해 대중 사이에서는 이지아가 덕망을 갖춘 거대한 자산가 집안에서 성장했다는 이미지가 형성됐다.
해당 기사에서 언급되는 부친은 김 씨다. 그런 김 씨가 핏줄을 나눈 가족과 분쟁에 휘말린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김 씨는 해당 기사가 나오기 전인 1998년부터 사문서위조와 사기 등으로 세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